궁상각치우와 중임무황태

궁상각치우와 중임무황태

‘궁상각치우’라는 말을 알고 있으면 우선 중년이상의 사람이다. 요즘 학생들은 ‘궁상각치우’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옛날 음악 교과서에는 우리나라 5음이 ‘궁상각치우’라고 써 있었고, 학생들은 외우고 시험봤으니 우리나라 악보를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궁상각치우’는 우리나라 5음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게 중년이 되었다.

요즘 음악책에는 ‘중임무황태’가 우리나라 5음이라고 써있다. 요즘 학생들은 모두 ‘중임무황태’가 우리나라 5음이고 배운다. 그러니 ‘중임무황태’가 무슨 말인지 모르면 옛날 사람 인증이다.

당시 대학가요제에는 ‘궁상각치우’라는 제목으로 참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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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각치우 틀린 말일까?

궁상각치우도 틀린 말은 아니다. 궁상각치우는 도레미파솔라처럼 계이름이다. 조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지는 음이라는 말이다. 한편, 요즘 학생들이 배우는 중임무황태는 음이름이다. 그러니 궁상각치우도 중임무황태도 다 쓸 수 있는 말이다. 다만, 요즘 악보에 중임무황태가 그대로 쓰이고 있어 더이상 궁상각치우라는 말을 쓰고 있지 않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궁상각치우 보다는 중임무황태가 훨씬 더 많이 쓰이는 말이 되었다.

악학궤범 1권 오성도설에는 7음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는데 삼분손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율명이 가리키는 12율은 고정음이며 오음 또는 7음은 상대음입니다. 궁은 12율의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습니다. 서양음악에서 12음 모두 도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궁으로부터 다른 음을 삼분손익법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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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임무황태와 12율명

우리나라는 음을 ‘율’이라고 말하고, 음의 이름을 ‘율명’이라고 합니다. 주로 5음계로 음악을 진행하지만, 그 사이사이 음이 있어 이를 합하며 한 옥타브에 12율명이 있습니다. 서양의 8음계 시스템도 반음을 합하면 한 옥타브에 12음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음 만드는 방법이 달라 서양의 12음과 우리나라의 12음의 음역이 동일하진 않습니다.

율은 삼분손익법에 따라 끌어내었는다. 삼분손익법은 커다란 현을 먼저 한 음으로 정한다. 그 현을 삼등분하여 오른쪽 긴변을 한 음으로 정한다. 긴 변을 다시 삼등분하여 다시 긴 변을 한 음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음을 뽑아내는 것이다. 글로는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는 되지만 실제로 해보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음악 전공자가 아닌이상 음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태어난 음이 어떻에 운용되고 연주되는지 잘 알면 된다.

국악의 튜닝은 대금을 기준으로 한다. 참고로 서양 오케스트라의 튜닝은 오보에를 기준으로 한다.

12율명은 황종, 대려, 태조, 협종, 고선, 중려, 유빈, 임종, 이칙, 남려, 무역, 응종입니다. 일반적으로 앞글자만 부릅니다. 황, 대, 태, 협, 고, 중, 유, 임, 이, 남, 무, 응 이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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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보

정간보는 우리나라 악보다. 원고지 같은 악보칸이 우물정(井)자와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기보법은 중국 당나라 음악인 당악에 쓰이는 율자보와 공척보라는 기보법이었다. 세종대왕은 음이 상대적으로 짧고 변화가 많은 우리나라 음악인 향악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정간보를 만들었다. 정확한 창작시기는 불분명하다. 다만, 1447년 6월 이전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대업, 보태평, 여민락, 치화평 등의 악보가 정간보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길이와 높낮이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는 유량악보다. 정간보만 보아도 중임무황태의 글씨가 바로 보인다. 여기서 중임무황태는 한자가 아니라 기호다.

악보를 보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길이는 글자가 차지하는 면적이다. 두칸을 차지하고 있으면 두 박이다. 두칸 반을 차지하고 있으면 두박 반이다. 높낮이는 중임무황태 5음이 기본이며, 한 옥타브 위의 음은 물수변을 붙인다. 두 옥타브 위는 물수변 두개를 붙인다. 한 옥타브 아래는 사람인변, 두 옥타브 아래는 사람인변 두개를 붙인다.

국악은 높은 음일수록 맑은 음이라고 하여 맑을 청淸의 삼수변을 붙이는 것이고, 낮은 음일수록 탁음 또는 배倍음이라고 하여 사람인변을 쓰는 것이다.

정간보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유량악보라는 점이 중요한 자랑이지만, 이에 더하여 당시 서양에서도 만들어지지 않은 총보의 형태로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총보란 같은 악곡에 대하여 부분별로 동시에 나열하여 기보하였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첫째는 현악기와 유율타악기, 둘째는 관악기, 셋째는 장구, 넷째는 박, 다섯째는 노래를 기보하였다는 점이다.

국악박자의 특징을 본다면 한 박을 나눌 때 기본적으로 3등분한다. 서양음악은 기본적으로 2등분이다. 온음, 반음, 사분음, 팔분음, 16분음으로 나뉘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셋 잇단음표를 써서 3등분한다. 그런데 정간보는 기본이 3등분이다.

국악의 분류

국악은 크게 당악, 아악, 향악으로 구분된다. 이 외에 민요, 판소리, 산조, 창작국악 등이 있다.

당악은 당나라에서 들어온 음악이 아니라, 북송에서 들어온 음악들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음악은 보허자와 낙양춘이다.

아악은 본래 중국 주나라 때부터 궁중의 제사음악으로 시작하여 전해왔고, 대부분 송나라에서 전해들어왔다. 송나라 휘종이 고려 예종대에 각종 악기와 무구, 무용을 전해준 것이 시초다. 조선 세종 때에 복원작업이 박연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큰 성과를 내었고 많은 복원이 이루어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환구단과 사직에 제사가 폐지되어 현재 남아 있는 아악은 사실상 문묘제례악 1곡 뿐이다. 문묘제례악은 성균관에서 공자에게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음악이다.

향악은 당악과 아악을 제외한 나머지 우리 음악이다. 다만, 여기에는 민요, 판소리, 산소, 창작국악 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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